너도나도 이야기하는 소확행 대신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불행’을 따스하게 품어낸 기록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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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삶을 둘러싼 안전장치가 한순간 풀려 버린 것 같은 날들이 있다” 나만 불행한 것 같은 날, 끝없이 읽고 싶은 글.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오지윤 작가의 《작고 기특한 불행: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알에이치코리아(RHK), 2022.07.11.)》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너도나도 이야기하는 소확행 대신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불행’을 따스하게 품어낸 기록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불행한 것 같아 외로운 날, 근거 없는 “힘내” 대신 “너만 그런 거 아니야”라며 다독여 주는 친구처럼 곁에 두고 끝없이 읽고 싶은 글들이 빼곡히 담겼다. 크고 작은 불행을 마주하는 일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눈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하루에 필요하다고, 작가 오지윤은 솔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하루하루를 여과 없이 펼쳐 보인다.

전화 한 통에 통보된 연인과의 이별, 햇볕이 들지 않는 집에서 기찻길 소음이 들리는 집으로의 이사,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일하고 밥 먹고 똥 싸고 넷플릭스를 보는 인간”으로서의 자화상, 적게 벌고 많이 버는 삶을 꿈꾸지만 워라밸은커녕 주말 출근을 피할 수 없는 현실, 내 가족에게 찾아올 줄 몰랐던 파킨슨병에 대한 내밀한 고백과, 암 투병을 하는 동안 어쩐지 더 아름다워진 친언니 관찰기까지…….

행복보다 더 빈번히 우리 일상에 찾아드는 불행 극복기가 MZ 세대 카피라이터다운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펼쳐진다. ‘소확불’ 배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는 우리 모두의 웃픈 현실에 “나도 거지 같아”라는 절친의 목소리로 다가와, 매일매일의 ‘빡침’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즐거움을 건넬 책이다.

《작고 기특한 불행》 표지에는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YOSIGO)의 미공개 작품을 담아 소장 가치를 높였다.

“정지음, 임진아, 양다솔 강력 추천! MZ 세대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그려낸 청춘의 질문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닥치는 불행을 내 힘으로 다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행복은 순간이고 여운도 짧다. 불행은 자주 오고 여운도 쓸데없이 긴데”라는 작가의 독백이 남 이야기 같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보다 불행을 더 자주 느끼며 살고 있지 않은지. 이 책은 혼란하고 불완전한 청춘 곁에 도사리고 있는 크고 작은 불행의 순간들을 카피라이터 특유의 감각적이고 명징한 언어로 펼쳐낸다.

저자 오지윤의 《작고 기특한 불행》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안전장치’라는 말을 들으면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자이로드롭이 떠오른다. 몇백 미터를 자유 낙하하다 덜컹하고 착지하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 누군가 귀에 대고 “살려는 드릴게”라며 속삭이고 사라지는 것이 틀림없다.” --- 〈작고 기특한 불행〉 중

“슬픔 지뢰에서 발을 떼는 순간 다 함께 슬퍼지는 거다. 이 지뢰는 내가 밟고 서서 견뎌야 할 지뢰다.” --- 〈어느 투머치토커의 슬픔〉 중

“눈을 감고 그 문장의 냄새를 맡아 본다. 문장을 음미하고 또 음미할수록 호텔 조식으로 나온 노릇노릇한 식빵의 맛이 난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서 무탈하게 흘러갈 것 같은 맛이다.” --- 〈빵과 버터〉 중

혼자 살다 보면 많은 걸 생략하게 된다. 부엌에 서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과일을 먹을 때 손으로 집어 먹기도 하고. 어릴 때 본 엄마의 모습도 그랬다. 가족들에게는 예쁜 포크에 과일을 꽂아 주고 왜 당신은 껍질을 깎던 과도로 과일을 찍어 먹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스스로를 위한 일은 그저 편하기만 하면 되니까. 스스로에게까지 격식을 차리는 게 도리어 일이 되기도 하니까. 혼자 살다 보니 그때의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 이제 사과 하나를 먹어도 예쁜 접시에 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러길 바라듯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사랑하길 바라듯이. ---「칭찬에 춤춰도 괜찮아」중에서

[사진출처=알에이치코리아(RHK)]
[사진출처=알에이치코리아(RHK)]

저자 오지윤는 밖에서 카피라이터와 마케터로 일하고, 집에서 쪼그려 앉아 글을 쓴다. 생업이야 계속 변하겠지만 글은 변함없이 쓸 테다. 글쓰기는 중2 때도 재밌었고 30대에도 재밌으니 할머니가 돼도 재밌을 것을 안다. 쓰다 만 소설과 시놉시스가 많다. 일단, 오래 살아야겠다. 다큐에세이 《요즘. 광주. 생각》을 썼고 매주 ‘보낸이 오지윤’이라는 에세이 레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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